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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조, 주초위왕이 새겨진 나뭇잎은 실화일까? 기묘사화 이야기와 주초위왕 실험 2가지.

by 히동동이 2023.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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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조선 중종 때 있었던 기묘사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한 때는 중종이 가장 총애했던 신하이자 개혁가, 조광조와 그를 따르던 무리들이 숙청을 당했던 사건입니다. 나뭇잎에 꿀을 발라 벌레가 그 부분만 파먹게 해서 만든 '주초위왕走肖爲王'으로 아주 유명한 사건입니다. 한국사를 잘 모르는 분들도 벌레가 나뭇잎을 파먹고 글자를 만들었다는 옛날이야기는 잘 알고 있습니다. 조광조 주초위왕 실험과 기묘사화에 대해 한 번 포스팅해 보겠습니다.

 

📌목차

1. 개혁가 조광조와 기묘사화 이야기
1-2. '위훈 삭제' 사건과 '주초위왕' 사건
2. 주초위왕은 실화일까? 주초위왕 실험 2가지

 


  개혁가 조광조와 기묘사화 이야기

 

기묘사화는 조선 중종 때 발생한 사화입니다. 사화(士禍)란 한자로 '선비 사'에 '재앙 화'입니다. 직역하면 선비들이 화를 입었다는 뜻입니다. 조선 초기에는 파벌이 두 종류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훈구파'였고, 하나는 '사림파'였습니다. 훈구파는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면서 활동하던 세력이었습니다. 사림파는 우리가 흔히 아는 선비의 이미지입니다. 초야에 묻혀서 촛불에 의지해 사서삼경이나 논어를 읽는 선비 이미지는 바로 사림파의 이미지입니다.

사림파는 정치를 하기보다는 좀 더 학문을 탐구하는 세력들입니다. 하지만 사림 중에서도 조금 진보적인 사림들이 있었습니다. 배운 학문을 토대로 더 나은 나라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가진 사림들은 정계 진출의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조선 초기에는 여러 사화가 일어났는데요, 그중 대표적으로 을사사화, 기묘사화, 갑자사화, 무오사화라는 4번의 사화가 있습니다. 사화의 '사'와 사림의 '사'가 같은 뜻입니다. 바꿔 말해서 '사화'란 사림파들이 화를 입은 사건이라는 뜻입니다. 권력을 유지하고 싶었던 훈구파나 왕족들에 의해 피해를 입은 것입니다.

 

기묘사화-조광조
기묘사화 조광조

 

조선 전기에 정계에 진출한 진보적인 사림 세력들의 우두머리 급이 되는 사람이 바로 '조광조'였습니다. 사실상 조광조를 빼놓고는 조선 역사를 이야기할 수 없을 만큼 아주 중요한 인물입니다.

조광조는 전국에 '향약'을 처음 도입했던 인물입니다. '향약'이란 향촌규약의 줄임말입니다. 향촌은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조선시대의 마을 단위라고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향촌에서 지키고 살아가야 할 도리나 덕목을 정리한 것이 바로 '향약'입니다. 이웃을 사랑하고, 어른을 공경하고, 서로 돕고 살자는 뭐 그런 내용들이 담겨 있습니다.

향약이 전국 마을에 보급되면서 점점 '서원'들도 생겨났습니다. 서원은 사림 선비들이 모여서 학문에 대해 공부하고 토론하며, 마을의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하는 공간이었습니다. 나중에는 점점 사림파들이 모이는 곳이 되었고, 사림 세력들의 본거지가 되었습니다.

바로 그 사림파가 마침내 조선 선조대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정계에 진출하기 시작했고, 유명한 성리학자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 같은 인물들을 배출했습니다. 사림은 동인과 서인으로 갈라지고, 남인과 북인으로 갈라지고, 소론과 노론으로 갈라집니다. 우리가 국사를 공부할 때마다 골치가 아프고, 공부하기 싫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조선의 '붕당정치'가 바로 사림파, 그것도 조광조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쨌든, 조광조는 정계에 진출한 신진 사림파들의 정신적인 지주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초기에는 임금 중종의 사랑도 많이 받았습니다. 적극적으로 정치 개혁을 시도했던 인물이어서, 기존 기득권층인 훈구파가 무척 싫어했습니다.

 


  '위훈 삭제' 사건과 '주초위왕' 사건

 

조광조가 특히 잠자는 훈구파의 코털을 뽑아버린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위훈 삭제'를 중종에게 건의한 것입니다. 위훈 삭제란 쉽게 말해서 공로가 없는 사람들의 명단을 삭제하자는 뜻입니다.

중종은 선대 임금 연산군이 폭군이었고, 유교적 윤리와 법도를 저버렸다는 명분으로 반정을 일으켜 왕이 된 인물입니다. 중종반정을 통해 왕이 된 중종은 자신을 도와 연산군을 폐위시켰던 여러 훈구파 신하들에게 그 공로를 인정하며 '공신' 서훈과 직위를 주었습니다.

그중에서 특히 실제로 중종반정에 참여하지도 않았고, 공로도 없는데 지연, 혈연, 학연으로 덩달아 같이 공신 서훈을 받은 훈구파가 있었습니다. 그때도 날로 먹는 놈들은 어디에나 있었군요. 조광조와 사림파는 바로 그렇게 허위로 공신 서훈을 받아 이익을 챙긴 사람들의 위훈을 삭제하자고 중종에게 건의합니다. 상식적인 사람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조광조가 일을 잘한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기득권을 차지하고 있었던 훈구파 입장에서는 청천벽력과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훈구파는 결국 점점 세력을 키우는 사림파를 견제하거나, 정계에서 완전히 쫓아내 버릴 필요를 느꼈습니다. 그 정신적 지주이자 수장 격인 조광조부터 무너트려야 했습니다. 하지만 중종의 신임을 받고 있었던 조광조를 함부로 죽일 수는 없었습니다. 조광조를 제거할 '명분'이 필요했습니다.

 

주초위왕

 

그래서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훈구파는 밤에 몰래 궁녀 한 명을 시켜서 나뭇잎에 꿀을 발라 벌레가 갉아먹게 하도록 시켰습니다. 궁녀는 꿀을 가지고 밤에 나가, 뽕나무 잎에 '走肖爲王(주초위왕)'이라는 글자를 새겼습니다. '주초'는 '趙(조)'라는 한자를 나눈 것입니다. 주초위왕이란 즉, 조위왕, 조 씨 성을 가진 사람이 왕이 된다는 뜻입니다. 조광조가 언젠가 왕이 될 것이라는 가짜 경고를 새긴 것입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조광조에게 의심이 생긴 중종은, 결국 조광조와 사림 세력들을 대거 숙청하기에 이릅니다. 이 사건이 바로 중종 14년에 일어난, 1519년 기묘사화입니다.

 

 


  '주초위왕'은 정말 실화일까? 현대 주초위왕 실험 2가지

 

인하대학교-주초위왕-실험
인하대학교 주초위왕 실험
유튜버-용달-주초위왕-실험
유튜버 용달 주초위왕 실험

 

나뭇잎에 꿀을 글자 모양으로 발라서 벌레가 글자 모양대로 잎을 파먹어서 만들어진 '주초위왕'이 실제로 가능한 일인가에 대해서 현대에 다양한 사람들이 실험을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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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를 먼저 말씀드리면, 불가능합니다. 인하대학교 연구진이 몇 날 며칠에 걸쳐서 나뭇잎에 꿀을 발라 벌레가 파먹게 하는 실험을 진행했고, 유명한 유튜버 '용달' 님도 자신의 유튜브 영상에 '주초위왕'을 가지고 실험을 해봤습니다. 실험 결과는 모두 실패했습니다. 벌레는 꿀을 가려 먹진 않았습니다. 그냥 이파리를 맛있게 먹다가, 꿀이 있으면 더 맛있게 먹는 식으로 모조리 먹어치웠습니다. 주초위왕은 사실이 아니라 허구였습니다.

 

주초위왕이 진실인 것처럼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이유는, 그 이야기가 다름 아닌 '조선왕조실록'에 실려 있었던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조선왕조실록이라고 해서 '사실'만 기록되어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역사서는 '정사'와 '야사'가 있습니다. 정사는 말 그대로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역사 기록물이고, 야사는 그 반대입니다. 조선왕조실록은 '정사' 기록물은 맞지만, 그렇다고 곧이곧대로 그 모든 내용이 사실이라고 믿을 수는 없습니다.

심지어 주초위왕 이야기는 기묘사화가 일어났던 '중종실록'에는 없는 이야기입니다. 뜬금없이 먼 훗날 임진왜란의 비극을 맛보았던 '선조실록'에 주초위왕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아까 위에서 제가 말씀드린 내용 기억하시나요?

"바로 그 사림파가 마침내 조선 선조대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정계에 진출하기 시작했고, 유명한 성리학자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 같은 인물들을 배출했습니다."

 

사림파가 마침내 훈구파보다 확실하게 정계의 대세가 되고, 권력을 잡게 된 시기가 바로 선조가 즉위했을 시기입니다. 주초위왕 사건으로 인해 숙청당한 조광조는 바로 그 사림파의 정신적 지주, 우두머리, 조상님 정도 되는 인물이고요. 그래서 선조 때 권력을 제대로 잡은 사림파가 조광조를 좀 더 신격화하고자 후세에 '주초위왕'이라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재미있지 않나요?

 

 

그렇게 된다면, 실제로 기묘사화 때, 중종이 조광조를 죽인 명분은 무엇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남게 됩니다. '주초위왕' 사건이 실제 있었던 사건이 아니라 먼 훗날의 사림파가 지어낸 이야기에 불과하다면, 중종은 도대체 무슨 이유로 조광조와 사림파를 죽였을까요?

훈구파가 아무리 위세가 대단하다고 해도, 중종을 움직일 수 있을 만큼 대단하진 못했습니다. 결국 최종 결정권은 중종에게 있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조광조는 중종의 총애를 받을 만큼 똑똑하고 진보적인 인물이었는데, 왜 중종은 갑자기 마음을 바꾸고 조광조와 사림 세력을 숙청했을까요? 무척 궁금한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이렇게 조광조와 기묘사화, 그리고 주초위왕 사건이 실화인지 증명한 여러 실험을 보여드렸습니다. 역사는 역시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읽는 분들이 재미있게 다양한 역사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 외에도 저의 유익한 포스팅을 공유해 드리며,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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