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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밥 밥알 개수는 정말 320개가 정석일까? <재벌집 막내아들> 팩트 체크 해보기

by 히동동이 2022.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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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주제는 <재벌집 막내아들>에 나온 초밥 밥알 개수는 정말 320개인가? 에 대해서 포스팅합니다. 초밥 밥알 갯수에 대해서 궁금한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JTBC 금토일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 나오는 초밥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다들 아주 즐겁게 보고 계시죠? 저도 그렇습니다. 비록 마지막화가 용두사미로 끝나게 됐지만... 한 번 진양철 회장의 말처럼 초밥 밥알 개수가 정말 320개가 정석인지 팩트 체크를 해보겠습니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우리가 가진 은밀한 욕구를 잘 포착하고 끄집어낸 드라마입니다. '재벌'은 뉴스와 대중매체에 흔하게 등장하는 단골 소재지만, 정작 재벌의 삶을 직접 경험해본 사람은 없을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재벌'이라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은 극소수 중에서도 극소수입니다. 2010년 자료 기준으로 대한민국에서 자산이 23억이 넘는 사람(상위 1%)이 약 45만 명이라고 합니다. 재벌은 그 1% 중에서도 더욱 상위의 %겠지요. 아무도 경험해보지 못한 재벌의 삶에 대한 호기심과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점에서 이 드라마의 흥행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꼭 그것 뿐이게요? 뻔해 보이는 스토리라는 단점이 베테랑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력과 감정 묘사로 메꿔졌습니다. 회차가 거듭될수록 완벽한 악역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모두가 인간적인 면모를 갖고 있다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특히 회장 '진양철(이성민)'과 막내 손자 '진도준(송중기)' 사이에서 일어나는 감정선의 변화가 우리가 드라마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작동하고 있습니다. 장자승계를 원칙으로 내세운 진양철에게 진도준은 점점 미련이 남는 손가락이 되어가고, 과거 자신을 죽인 범인을 반드시 찾아 복수하려는 일념으로만 가득했던 진도준에게 진양철은 조금씩 애틋해지기 시작하죠. 둘은 서로가 무척 닮았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감정선은 더더욱 고조되기 시작합니다.

 

 


  초밥의 밥알은 정말 320개가 맞을까?

 

초밥-밥알-갯수-320개
초밥 밥알 갯수 320개?

진양철: 초밥 밥알이 몇 개고?
셰프: 생선과 밥의 양을 각각 15g을 정량으로 사용하고 있...
진양철: 그래서! 몇 개고?
셰프: 죄송합니다. 회장님.
진양철: 320개다. 훈련된 초밥 장인이 한 번 밥을 쥘 때 보통은 밥알이 320개다. 점심식사에는 뭐, 320개가 적당하다 캐도, 오늘 같은 날이나 술하고 같이 낼 때는 280개만 해라. 으이? 배 안 부르구로.
셰프: 명심하겠습니다. 회장님.

 

보면서 무척 흥미로운 장면을 발견했습니다. 2회차 전반부에 나오는 장면입니다. 진양철 회장이 셰프에게 초밥의 밥알 개수가 몇 개냐고 다짜고짜 묻습니다. "초밥 밥알이 몇 개고?" 당황한 셰프는 생선과 밥 양을 각각 15g을 정량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모범답안을 말하지만, 진양철 회장은 윽박지르며 한 번 더 묻습니다. "그래서 몇 개고?" 셰프는 깨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그 직후에 진양철 회장이 이렇게 말합니다. "320개다. 훈련된 초밥 장인이 한 번 밥을 쥘 때 보통은 밥알이 320개다. 점심식사에는 뭐, 320개가 적당하다 캐도, 오늘 같은 날이나 술 하고 같이 낼 때는 280개만 해라. 으잉? 배 안부르구로." 그러자 셰프는 명심하겠다며 고개를 숙입니다. 이야, 진양철 회장의 포스에 압도되어서 제가 그 자리에 있어도 일단 알겠다고 고개를 숙였을 것만 같습니다.

비단 저만 진양철의 분위기에 압도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일부 시청자들에게 '초밥의 밥알 개수는 320개가 정석이다'라는 문장이 사실인 퍼지기 시작하더라고요. 약간 돌팔이, 야매스러운 정석이 조금씩 인터넷 커뮤니티 곳곳에 자리 잡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너무 궁금하지 않나요? 정말 제대로 만들어진 초밥의 밥알 개수는 과연 320개일까요? 저 역시도 궁금해서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알아보는 건 제가 할게요. 여러분은 글을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초밥의 밥알 개수는 320개는 정석이 아니다

 

속 시원하게 먼저 결론을 말씀드릴게요. 결론을 말하자면, 초밥의 밥알 개수는 320개가 정석이 아닙니다. 그래도 다양한 재미난 읽을거리를 준비했습니다. 실제 진양철 회장의 모델이 된 삼성 초대 '호암 이병철' 회장과 위의 셰프 모델이 된 '이병환' 수석 조리부장과의 일화도 같이 준비했으니 마저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초밥
초밥

 

초밥의 세계는 정말 무궁무진합니다. 우리 주변엔 다양한 형태로 초밥 서비스가 판매되고 있습니다. 포장 및 배달로 먹는 가성비 초밥부터 시작해서 회전 초밥, 사시미, 츠마미, 세트 초밥, 오마카세 등등... 초밥의 급 나누기도 굉장히 다양한 편입니다. 그중에서도 셰프가 정성을 다해서 니기리(쥠)하는 초밥, '오마카세'에 좀 더 집중해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초밥의 사이즈는 업장마다, 셰프마다 모두 다릅니다. 더구나 일본 본토의 초밥은 한국의 초밥보다 훨씬 사이즈가 커요. 위의 초밥은 제가 직접 사당역 인근에 있는 <스시 려>에서 먹은 한국의 오마카세 초밥 사진입니다. 보통 전문 용어로 밥은 '샤리'라고 하고, 위에 올라가는 재료를 '네타'라고 하는데요. 일본에서는 우리나라보다 네타의 평균 크기가 훨씬 큽니다. 덩달아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샤리의 양도 많은 경우가 많습니다.

초밥의 본고장인 일본에서도 진짜 유명한 초밥집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미슐랭 가이드 별 2개를 받은 도쿄의 '스기타(Sugita)'가 있습니다.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데다, 디너 오마카세의 경우 그 금액이 무려 37,000엔입니다. (후덜덜)

 

스기타-초밥
스기타 초밥
스기타-초밥2
스기타 초밥

 

위의 사진들이 미슐랭 2스타, '스기타'의 초밥 모습입니다. 흰 살 생선과 보탄 새우를 네타로 올린 모습인데요. (직접 가본 것은 아니고, 크윽. 저작권 문제가 없는 이미지로 엄선해서 골라왔습니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초밥 사이즈와 비교하면 비교적 큰 모습을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미슐랭 3스타를 받은 도쿄 긴자의 '지로 스시'는 '스기타'보다 훨씬 큰 사이즈의 초밥을 자랑합니다. '지로 스시'는 츠마미가 나오지 않거든요.

 

츠마미
츠마미

 

'츠마미'란 오마카세 과정 중에서 초밥이 나오는 '본 식사'전에 셰프가 오늘 들어온 재료 중에 골라서 사시미 등의 형태로 주는 '안주'를 말합니다. 보통 츠마미를 먼저 먹으며 입가심을 하고, 본 식사로 초밥이 나오고, 장국이나 아이스크림을 후식으로 마무리하는 형태지요. '지로 스시'에서는 이 츠마미 과정이 없이 곧바로 손님에게 초밥을 제공합니다. 그래서 더더욱 사이즈가 큽니다.

 

 


  초밥 밥알 개수는 셰프의 역량에 달려 있다.

 

초밥의 밥알 개수는 진양철 회장의 말처럼 320개, 280개 등으로 정형화되지는 않았습니다. 초밥의 크기, 개수, 무게 등은 오로지 니기리 하는 셰프의 역량에 달려 있습니다. 기름진 생선에는 와사비와 밥으로 중화를 시키고, 담백한 생선은 그에 맞게 밥의 양도 조절해야 합니다. 생선 및 해산물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자신이 만드는 샤리의 단 맛 비율 등, 얼마나 어울리는지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요구합니다. 네타와 샤리를 조화롭게 만들 수 있는 실력이야말로 초밥 요리사가 지녀야 할 자질인 것이죠.

만약 자신이 입이 짧거나, 오마카세의 긴 코스 요리들을 전부 소화해낼 자신이 없다면, 셰프에게 말씀하시면 됩니다. "밥 양을 조금 줄여주세요." 그러면 셰프가 알아서 네타와 샤리의 밸런스를 맞추며 크기를 조금 줄여서 내어주실 거예요. 진양철 회장의 '320개' 이야기는 정석은 아니지만 그래도, 진양철 회장이 자신의 입맛을 얼마나 잘 파악하고 있고, 본인이 음식에 조예가 깊은 미식가라는 사실을 시청자들에게 확실히 어필했던 굉장한 장면이었습니다.

 

 

 


  진양철과 셰프의 실제 모델: 이병철 회장과 수석 조리부장 이병환

 

한국 산업을 발전시킨 삼성의 초대 회장 이병철은 진양철 회장처럼 반도체 산업을 일군 역군이었습니다. 삼성을 대한민국 제일가는 굴지의 대기업으로 일궈낸 것도 이병철 회장의 능력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기업 경영과 사업 수완 말고도, 음식에 대해서도 조예가 깊었다고 합니다.

삼성-일가
삼성 일가

 

일본의 식문화를 동경하며, 대한민국의 식문화를 향상하는데도 적극적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식재료 품질을 획기적으로 상승시켰던 여러 가지 일화들도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당시 일본에서 인지도가 높은 유명 셰프를 한국으로 초청해 신라호텔에서 같은 음식을 만들게 시켰지만, 일본에서 먹던 그 맛이 전혀 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원인을 분석해본 결과, 한국의 식용유가 일본에서 쓰는 식용유와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일본처럼 윤기가 흐르는 식용유를 개발하라며 신라호텔의 전 요리사들을 닦달했다고 해요. 그 이후로 당시 삼성 계열사였던 '제일제당'에서 판매하는 식용유의 품질이 급격하게 좋아졌습니다. 그 덕분에 우리가 지금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고품질의 식용유들이 시판되었다고 합니다. 맛있는 걸 한국에서도 먹고 싶었던 이병철 회장 덕분에 한국의 식문화 역시 덩달아 발전하게 된 셈입니다.

 

 

위에서 봤던 이 장면에 등장하는 회장과 셰프의 "몇 개고?" "320개다."의 에피소드가 실제 있었던 일화라는 것 알고 계셨나요? 삼성 그룹 임원진들의 식사 자리에서 이병철 회장이 이병환 조리부장에게 밥알이 몇 개냐는 질문을 했다고 합니다. 이병환은 당황하며 실제로 내놓은 초밥 하나를 풀어헤치며 밥알을 셌고, 그때 나온 숫자가 320개라고 합니다. 그러자 이병철이 "점심에는 320개가 맞고, 저녁에는 술과 함께 280개로 내놓으라."라고 대답했다고 해요.

<재벌집 막내아들>의 장면처럼 무섭고 압도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인자한 표정으로 '앞으로 그렇게 하면 좋을 거다'라는 식으로 부드럽게 대화가 오갔다고 합니다. 배움에는 끝이 없으니 계속해서 정진하라는 덕담도 건네면서요. 이병환은 이병철 회장이 별세한 뒤로 조리부장 직을 사임하고 현재는 강남, 송파 일대에서 여러 일식집을 운영하며 맛에 대한 탐구를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수석 조리부장 이병환과 조선일보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 정말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습니다. 이병환 셰프님의 얼굴도 궁금하신 분은 아래 기사를 참조해 주세요.

<이런 삶> "이 군, 초밥 한 점에 밥알이 몇 개고?" 이병환 대표 인터뷰

 

 


  마무리하며...

 

개인적으로 <재벌집 막내아들> 너무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12화까지 나와 있는 상태입니다. 드라마의 전개가 막 클라이맥스로 치닫고 있습니다. 한 화, 한 화 기다리기가 너무 힘듭니다. 어서 13화가 나왔으면 좋겠고, 어서 완결을 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 포스팅을 위해서 여러 가지 공부도 하고, 자료도 찾아보다가 문득 느낀 건데요. 지금 초밥이 왕왕 먹고 싶습니다. 배달 주문하면 플라스틱 용기에 노란 고무줄로 칭칭 감겨 오는 살짝 식은 그런 초밥 말고, 즉석에서 셰프가 쥐어 준 초밥 하나 집어 들어 입 안에 쏙 넣고 싶네요. 1월 말에 혼자 도쿄 여행이 계획되어 있는데, 스기타 초밥집을 예약해볼까...? 속으로만 고민 중입니다. 저녁식사 한 끼에 37만 원을 쓰는 게 과연 현명한 선택인가, 미친 듯이 고민하면서요ㅋㅋ 한 번쯤은 먹어볼만한 가치가 있을 것 같으면서도, 너무 무리하는 건 아닌가 싶고. 이런저런 즐거운 고민을 하면서 이만 포스팅을 마칩니다.

그렇게 오늘 <재벌집 막내아들>에 나오는 초밥의 밥알 개수가 320개인가? 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함께 나눠봤습니다. 감사합니다.

 

(2023년 4월 추가 수정)

아니...! 결말이 이게 뭡니까!!!!!

 

 

📌그 외에도 저의 유익하고 재밌는 드라마 관련 정보 포스팅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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