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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지식들/역사와 인문학

공공임대주택으로 '반쪽짜리 집'을 줬더니 생긴 놀라운 변화

by 히동동이 2022.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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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주제는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문제점과 '반쪽짜리 집'이라는 멋진 대안에 대한 포스팅입니다.

 

안녕하세요, 히도이입니다. 요즘 임대주택에 대한 관심이 엄청납니다. 저 역시도 그렇습니다.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을 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그만큼 내 집이 간절한 사람들의 간절함이 크다는 반증입니다. 지구 반대편에서도 역시 임대 주택 사업들이 많은데, 그 중 2016년에 칠레의 산티아고에서 진행된 '반쪽짜리 좋은 집(Half of a good house)'에 관해 포스팅하고자 합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덕분에 요즘 공공임대주택이 '내 집 마련'의 대안으로 떠오른 것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공공임대주택이란 정부가 직접 무주택자들에게 시세의 30% 정도의 금액으로 저렴하게 임대해주는 정책입니다. 특히 그 가운데 '영구 임대 주택'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거의 영구적으로 저렴한 금액에 계속해서 거주할 수 있다면, 내 집 마련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까 말입니다. 그래서 최근에 임대 주택 사업들이 우후죽순 생겨났습니다. 영구 임대 주택, 보금자리 주택, 공공 임대 아파트, 행복 주택 등등...

공공 임대 주택은 특히 사회 취약 계층을 배려하고, 사회적 간극을 줄이는 완충 용도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공공 임대 주택에 입주할 수 있는 조건은 약간 까다롭습니다.

가장 먼저 '무주택'이 원칙이며, 주로 저소득층과 사회 취약 계층을 1순위로 선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입주 자격 조건은 이러합니다. 기초생활 수급자, 국가 유공자, 위안부 피해자, 장애인, 아동 보호시설 퇴소자, 저소득층 등이 우선적으로 선발됩니다. 말 그대로 사회 취약 계층을 우선하는 복지형 사업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한국은 땅만 좁은 게 아니라, 임대주택도 좁고 열악하다

 

썩 보기 좋지만 거리가 멀다.
원룸형 청년 임대 오피스텔. 좁다.
10만 호 공급을 위한 마구잡이식 건축

3개의 사진을 함께 보셨습니다. 한국의 공공 임대 주택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소재라는 점입니다. 당장 뉴스 기사에서는 <공공임대주택 10만 호 공급> 등의 어마어마한 수치를 강조하면서 사람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을 마구 부풀렸습니다. 겉보기엔 일반 아파트와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임대 아파트' 용으로 지어진 건물들의 내부는 기성 아파트보다 열악한 측면이 많습니다.

1. 가장 먼저 임대주택의 면적이 너무 좁습니다. 한국의 임대 주택은 전용 면적 8평 ~ 13평 사이의 크기로 지어지고 있습니다. 최대한 많은 호수가 들어와 살게 하려고 하다 보니 거의 대부분의 임대 주택이 8평 정도의 매우 협소한 면적으로 지어지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8평짜리 집에 4인 가구가 들어와 기꺼이 생활하려고 할 만큼 임대 주택의 인기는 높은 편입니다.

2. 너무 숫자에만 집착합니다. 얼마나 많은 수의 주택을 공급했느냐 같은 성과적인 측면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주택에 어떤 배려를 했는지, 임대 주택에 들어와서 살게 될 사람들의 특징과 심리를 얼마나 섬세하게 헤아렸느냐, 그것이 훨씬 중요한 과제인데 말입니다.

3. 비용의 한계가 있습니다. 임대 주택은 어디까지나 '공공 복지 사업'이기 때문에 정부는 일반 아파트를 짓는 것처럼 큰 비용을 지출할 수 없습니다. 땅값도 높다 보니 도심지에 지을 수도 없습니다. 한정적인 자원으로 최대 다수에게 공급해야 하는 복지 사업이기 때문에 정작 중요한 것들(인프라, 거리, 실내 면적, 집 구조, 입주자 등)을 배려할 수 없게 됩니다.

 

😢 이어지는 문제는 좁은 면적과 극복할 수 없는 한계는 사람을 심리적으로 무기력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임대주택에 선정되어 입주하는 사람들은 처음에는 자기 집이 생겼다는 기쁨도 잠시, 한계가 보이는 이 집에서 조금씩 무기력함을 느끼게 됩니다. 자신의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저 평생 8평짜리 집에서 안주하며 살아가며 변화를 기대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바뀌어 가고 말 것입니다. 자기가 노력해서 구한 집도 아니기 때문에 동네와 이웃에도 관심이 없고, 집을 꾸미고 싶은 의욕이 없습니다. 집 앞의 쓰레기에도 무감각해집니다. 그렇게 동네 전체의 이미지가 추락하는 사례가 전세계 곳곳에 존재합니다.

 

 


'알레한드로 아라베나'의 <반쪽짜리 좋은 집 Half of a good house>

 

칠레의 건축가, '알레한드로 아라베나 Alejandro Aravena'는 이러한 임대 주택을 어떻게 하면 사회와 사람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지 많은 고민과 연구를 쏟아부었습니다.

정부에서도 넓은 면적을 주택으로 만들기에 비용과 자재가 부족하고, 그렇다고 좁은 면적으로 만들어주자니 입주하는 사람들이 점점 무기력해지는 단점이 생깁니다. 알레한드로 아라베나는 그 중간 지점을 잘 파고들었습니다. 정부는 반쪽 면적만 집을 지어주고, 나머지 반쪽은 단열과 같은 기초만 지어주고 빈 공간으로 남겨두는 것입니다. 정부는 자재 및 비용을 절약할 수 있어서 좋고, 입주하는 사람들은 나머지 반쪽을 자기 역량에 맞게 증축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입니다.

 

출처&nbsp;ⓒArchdaily아키데일리

 

😍 놀라운 변화가 나타났다는 걸 여러분도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무기력하던 이들이 자신의 집 나머지 반쪽을 채우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돈을 모아서 자재를 사다가 직접 증축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취향대로 꾸며나가니 덩달아 삶의 의욕도 늘어났습니다. 이웃과 정보를 공유하며 서로 도와주기 시작했습니다. 하나의 예쁜 마을을 꾸미기 위해 정기적으로 회의를 가지며 콘셉트를 잡아가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자기 마음대로 꾸밀 수 있는 집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마어마한 동기부여가 되나 봅니다. 집을 더 멋지게 꾸미기 위해 입주자들은 부지런해졌고 더 긍정적으로 변해갔습니다. 실제로 얼마 후 몇몇 입주자들은 저소득 지원금을 받지 않아도 될 만큼의 중산층으로 성장했다고 해요. 듣기만 해도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흐뭇한 변화입니다.

 

건축가 알레한드로 아라베나

 

 


✔ 마무리하며...

 

다시 돌아와 우리가 사는 고향, 대한민국의 임대 주택도 이와 같이 능동적인 형태로 개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국은 OECD 국가들 사이에서도 국토 면적 대비 인구 밀도가 높은 곳이다보니, 아무래도 칠레 산티아고처럼 반쪽짜리 임대 주택을 만들기란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특히 모든 인프라가 서울로 집중되어 모두가 서울로 오고 싶어하는 기형적인 구조도 한 몫 하지요.

그래도 단순히 수십만 호의 임대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수치적인 기록보다, 실제 현실에서 그 안에 살아갈 많은 사람들이 능동적으로 스스로의 삶을 일구고 발전하도록 만드는 터전이 될 수 있게끔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저의 지식과 소견이 짧아 비록 '한국형 임대 주택'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지 못하겠지만, 더 나은 임대 주택들이 발명되기를 소원합니다. 그렇게 오늘 공공임대주택의 개선과 '반쪽짜리 집'에 대한 포스팅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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