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흥미로운 지식들/뜻과 의미와 유래

"Mama! Fafa!" 왜 엄마아빠를 부르는 발음은 전세계가 비슷할까?

by 히동동이 2022. 12. 18.
반응형

✔ 오늘 주제는 왜 모든 나라의 엄마 아빠를 부르는 발음이 비슷한가에 대해 포스팅합니다.

 

"엄마! 아빠!" 오늘은 부모님을 부르는 발음에 대한 이야기를 가져왔습니다. 저는 이런 게 너무너무 재미있어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말들이 사실은 흥미로운 유래와 가설이 있다는 걸 배울 때 짜릿함을 느낍니다. 그래서 속담 같은 것도 엄청 좋아합니다. 속담이나 한자성어는 특히 역사적인 이야기를 토대로 태어난 경우가 정말 많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블로그에 역사와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자주 포스팅할 예정입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네이버 지식인에서 열심히 역사 관련 답글을 달아주면서 식물신까지 내공을 열심히 모으기도 했는데요.(내공 냠냠) 서른 살 먹고 오랜만에 지식인 들어가 보니까 그새 상향평준화가 됐는지, 초인 등급으로 떨어져 있네요. 아쉽다.

네이버 어학사전 기준으로 <엄마>라고 검색하면 온 나라의 언어로 '엄마'를 전부 보여줍니다. 새삼 세상 참 편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빠>를 검색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한국어, 영어를 비롯해 모든 나라의 언어로 '엄마'와 '아빠'를 찾아보다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바로 발음이 모두 비슷하다는 점입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엄마 발음을 전부 싹싹 긁어모아 왔습니다. 한국어,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러시아어, 일본어, 중국어, 이탈리아어, 아랍어, 힌두어, 네팔어, 태국어, 베트남어, 스웨덴어, 네덜란드어, 우즈베크어로 '엄마'를 어떻게 발음하는지 한 이미지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했습니다. 폴란드어, 몽골어 등등 아직 가지고 오지 못한 단어들도 참 많은데 지면 한계로 담지 못했어요. 아빠 역시도 전부 'Fafa'로 비슷했습니다. 발음도 '파파' '빠빠' '빠스' '아파' '아빠' 등등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누가 봐도 '아빠'라는 것을 한눈에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어때요? 거의 세계 만국 공통어 아닙니까? 만나서 반갑다고 하는 인사, "안녕"도 전세계가 모두 달라서 여행 갈 때마다 달달 외워야 하는데, 엄마 아빠는 모든 나라가 찰떡같이 알아들을 수 있겠네요. 왜 엄마 아빠를 부르는 말만큼은 전 세계가 전부 비슷한 걸까요? 

아직까지도 확실하게 과학적, 역사적, 문화적으로 검증된 사실은 없다는 점! 먼저 말씀드립니다. 여전히 전세계가 엄마 아빠를 부르는 발음이 비슷한 이유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가설로만 남아 있어요. 그중 가장 설득력이 높은 가설 두 가지를 간단하고 재미있게 포스팅해보고자 합니다.

 

 


✔ 엄마 젖을 빨고 있는 아기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소리

 

엄마 아빠를 부르는 세계 여러 나라의 말들이 전부 동일한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가장 유력한 주장이 하나 있습니다. 

'로만 야콥슨(Roman Jakobson)'이라는 미국의 언어학자가 있습니다. 소련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넘어온 사람입니다. 이 분이 1962년에 쓴 <어린이의 언어와 실어증에 대한 연구(Study on child language and aphasia)>라는 저서가 있습니다. 그 저서에 담긴 여러 논문 가운데 한 논문의 제목이 [WHY-MAMA-FAFA?]입니다. 바로 여기에 왜 아기가 부모를 '마마'와 '파파'로 부르는지에 대한 야콥슨의 주장이 담겨 있는데요. 이 논문이 현재 가장 유력한 가설로서, 후대의 학자들도 딱히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있다고 합니다.

로만 야콥슨은 "아기가 젖을 빠는 행위들에는 흔히 콧소리가 섞인 중얼거림이 동반된다. 이 소리는 엄마의 젖이나 젖병을 물고 입 안이 가득 찼을 때만 나올 수 있는 소리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엄마의 젖이나 젖병을 빨고 있어서 입술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고 닫혀 있을 때 나는 소리가 뭐냐는 것입니다. 바로 'ㅁ'입니다. '순음'이라고도 부릅니다. 입술 순자와 소리 음자를 써서 입술로만 내는 소리를 말합니다. 입술을 닫아야만 나올 수 있는 소리, 'ㅁ', 'ㅂ', 'ㅍ', 'ㅃ'가 순음에 해당합니다. 아기가 엄마의 젖을 빨면서 "므므..." "마마..." 하며 옹알이를 내는 것이 언어적으로 체계화되면서 엄마를 뜻하는 'Mama'로 정립되었다는 것이 로만 야콥슨의 주장입니다. 모든 학자들이 이 논문을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 젖을 빠는 행위를 반복하면서 자연스럽게 아기는 "마마"라는 소리를 냈을 때 부모가 자기에게 젖을 물려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무언가 결핍되거나 원하는 것이 있을 때 아기는 "마마! 맘마!" 하면서 엄마를 부르게 되지요. 아기의 언어로 "마마"가 엄마를 뜻하기도 하지만, 무언가 갈구하는 것이 있거나, 배가 고파서 젖을 먹고 싶다는 욕망의 뜻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근데... 이거는 우리도 똑같네요? ㅋㅋ 백화점에서 갖고 싶은 장난감을 발견하면 우리도 제일 먼저 "엄마!!!!!!"를 부르잖아요.

엄마와 마마는 발음을 어디서부터 시작하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입술을 다물고 있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면 '엄-마'가 되는 것이고, 입술을 여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면 '마-마'가 되는 것입니다. 결국 어떻게 듣고 쓰느냐의 차이지, 소리는 같습니다.

 

 


이가 안 나고, 아직 혀를 자유롭게 쓸 수 없는 아기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소리

 

위에 알려드린 로만 야콥슨의 주장은 엄마의 젖을 빠는 행위에서 자연스럽게 파생된 '관계적'이고 '문화적'인 관점에서의 주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이야기는 보다 '생물학적'이고 '과학적'인 관점에서의 이야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갓 태어난 아기는 유치가 생후 8개월이 지나야 생깁니다. 10개월이 지나야 나오는 아기도 있어요. 이 유치를 어린이 시절까지 사용합니다. 유치가 빠지고 영구치가 생겨날 때 유치는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어렸을 때 이 뽑으러 한 번씩 다들 치과에 가본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그때 뽑은 이가 바로 생후 8~10개월에 생겨난 유치입니다. 다시 말해서 갓 태어난 직후부터 10여 개월까지는 이가 없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말을 할 때 사용하는 구강 구조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입술, 이, 혀, 성대까지 두루두루 활용해서 여러 낱말을 발음하죠. 여기서 아기가 자신의 여린 근육으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딱 하나, 입술입니다. 이는 아직 안 났지, 혀는 자유롭게 움직이기 힘들지, 성대는 아직 완성형으로 발달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아기가 유일하게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구강 근육은 입술이 유일해요.

입술로만 소리 낼 수 있는 말은 '순음'이라고 위에서 말씀드렸습니다. 입술만 가지고 아기가 간신히 사용할 수 있는 말은 'ㅁ'이고, 그저 입을 벌리는 것 밖에 아직 서툰 아기가 사용할 수 있는 모음은 기껏해야 'ㅏ'와 'ㅓ'입니다. 둘을 조합하면 자연스럽게 '마마' 혹은 '머머'가 되겠죠? 아기가 유일하게 쓸 수 있는 말이 '마마'였다는 것, 꽤 생물학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입니다. 설득력도 높고요.

 

 


아기가 아빠를 부르지 않는다고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시대와 가치관이 많이 변화하면서 엄마가 일하고 아빠가 전업주부로 있는 가족 형태도 많아졌습니다. 비록 젖을 먹여줄 수는 없지만 엄마에 결코 뒤처지지 않는 사랑과 관심으로 건강한 분유와 이유식을 만들어주면서 정성껏 아기를 키우는 아버지가 많아졌어요. 젖을 먹고 자란 아이야 로만 야콥슨의 주장처럼 입 안 가득 젖을 빨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마마'가 먼저 나온다곤 하지만, 아빠가 도맡아서 키우는 아기는 과연 무엇을 먼저 발음할까요? '파파'일까요? '빠빠'일까요? 

정답은 아쉽게도 여전히 '마마'입니다. 제가 설명드렸던 두 번째 이야기가 입증된 순간이죠. 성대, 혀의 근육이 제대로 발달되지 않았고, 여전히 이가 나지 않아 힘이 없는 아이가 간신히 내뱉는 말이 '파파'와 '빠빠'가 될 수가 없습니다. '파파'와 '빠빠'는 '마마'보다는 조금 더 힘 있게 내뱉어야 하는 소리거든요. 아빠가 도맡아 키우는 아이도 아빠를 보며 '마마'라고 부르게 될 거예요. 그러니 우리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 자기 자식이 '마마'라고 부른다고 해도 너무 섭섭해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여전히 사랑스러운 아기일 테니까요.

 

 


마무리하면서...

 

나이가 들고 조금씩 근육들이 발달하기 시작하면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국적, 지역, 환경, 가족 등 다양한 외부적 요인으로 달라지기 시작해요. '마마'로 비슷했던 어린 시절의 언어는 조금씩 잊혀가고, '마더' '어머니' '마드레' '마망' '모친' 등의 복잡한 어휘로 대체되어 갑니다. 그렇게 조금씩 우리는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언어가 장애물이 되는 순간이지요.

흑인이 어떻고, 동양인이 어떻고, 유럽이 어떻고, 아시아가 어떻고, 영어와 일본어와 중국어와 프랑스어와 독일어와 스페인어와 한국어가 어떻게 다르든 간에 그건 우리가 만들어낸 규칙일 뿐입니다.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구는 유럽과 아시아로 선이 그어져 구분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우리는 똑같이 기뻐하고 슬퍼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서로 사랑을 나누고 존중할 수 있는 종이라는 사실을요. 맛있는 식사를 하고 커피나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행복에 겨워하는 건 모두가 똑같다는 것을요. 결국 최초에는 우린 모두 '엄마'를 부르며 자라왔다는 사실을요. 그걸 기억한다면 우리가 품고 있는 두려움은 사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오늘은 엄마 아빠를 부르는 발음이 왜 비슷한지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