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흥미로운 지식들/인물 이야기

넷플릭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광대가 왕이 된 것은 실화일까?

by 히동동이 2023. 1. 11.
반응형

광해 왕이 된 남자
광해 왕이 된 남자

  영화 <광해>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모두 역사적 사실인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오랜만에 넷플릭스에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가 나왔습니다. 원래 1~2년 전에 넷플릭스에 있었는데 어느 순간 사라져 있어서 아쉬웠습니다. 다시 넷플릭스에 공개된 건 비교적 최근입니다. 볼 때마다 즐겁습니다. 이병헌의 연기력이 모든 것을 커버합니다. 과연 1200만 명이 관람한 천만 영화다운 면모입니다.

고조선부터 조선까지, 한반도에는 많은 왕이 있는데 왜 하필 광해군을 영화 소재로 골랐을까요? 광해군 시절에 대한 역사적인 문헌이 존재하기 때문에  광대가 왕이 되는 영화를 만들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오늘은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를 포스팅해 보겠습니다.

 

 


  광해군이 정말로 대역을 구했을까?

영화 도입부
영화 도입부

 

광해군 8년, 역모의 소문이 흉흉하니 임금께서 은밀히 이르다.
"닮은 자를 구하라. 해가 저물면 편전에 머물게 할 것이다."

 

영화를 시청하면 가장 먼저 보는 도입부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역모의 소문이 흉흉하니 광해군이 자기와 닮은 자를 구해오라고 명령합니다. 그 사람을 대역으로 세워 편전에 머물게 하겠답니다. 편전이란 왕이 거주하는 처소입니다. 한 마디로 나 역모 때문에 무서우니까 잠시 몸을 피하겠다, 그러니 왕 대타를 구해오라는 뜻입니다. 그리하여 저잣거리에서 광대놀음을 하고 있던 '하선'을 데리고 오면서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정말 광해군이 자신과 닮은 사람을 궁궐 밖에서 데리고 왔을까요? 그를 대역으로 세운 15일 보름간 조선의 기록은 비밀 속에 숨겨져 있었을까요?

 

 

✔️ 광대 '하선'은 작가의 상상이 만들어낸 허구의 인물이다

광해의 대역이 실화인가? 결론은 아닙니다.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 그 어디에도 대역을 구하라는 말은 없었습니다. 영화 도입부에 마치 문헌에 나오는 기록인 양 소개하고 있는 말은 지어낸 허구입니다. 하지만 그다음 장면을 같이 보시죠.

 

영화 도입부
영화 도입부

 

숨겨야 할 일은 조보에 남기지 말라.
광해군일기 2월 28일

 

다음 장면으로 숨겨야 할 일은 조보에 남기지 말라는 광해군의 명령이 나옵니다. 조보란 궁궐에서 발행하던 일종의 신문입니다. 왕이 명령하고 결재한 사항들을 승정원이 기록해서 외부에 반포할 때 사용합니다. 그런 조보에 숨겨야 할 일을 남기지 말라고 명령한 것조차 조선왕조실록에 실려 있습니다.

실제로 '조보에 남기지 말라' 이 문장은 존재합니다. 조선왕조실록은 그 모든 기록이 데이터베이스화되어서 우리 모두가 온라인에서 직접 열람할 수 있습니다. 링크를 남겨둡니다. 관심이 있는 분은 링크를 타고 들어가 광해군일기 8년 2월 마지막 부분을 보시면, '조보에 남기지 말라'는 기록을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sillok.history.go.kr/main/main.do

 

조선왕조실록

 

sillok.history.go.kr

 

하지만 그 어디에도 "닮은 자를 구하라. 해가 저물면 편전에 머물게 할 것이다"라며 은밀히 명령했던 기록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는 작가가 '조보에 남기지 말라'는 기록을 보고 상상력을 극대화시켜 만들었다고 합니다. '숨겨야 할 일'이라는 단 다섯 글자만 읽고 보름간 대역이 왕 노릇을 하는 이야기를 창조해낸 작가의 상상력에 그저 감탄이 나올 뿐입니다. 진짜 조선왕조실록에 존재하는 기록과 같이 붙여서 실재하는 기록인 것처럼 연출한 점도 영화적인 측면에서는 훌륭했습니다.

그러니 광대가 왕이 됐다는 이야기는 영화적 연출일 뿐 사실이 아닙니다.

 

 


  광대 하선이 대동법 시행을 명령했다?

광해 왕이 된 남자
광해 왕이 된 남자

영화 중반에 하선은 대동법 시행을 명령합니다. 간밤에 내시로부터 대동법이 뭔지 속성 교육을 받은 하선은 대동법이 백성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국가사업인지를 깨달았습니다. 다음날 즉시 대동법을 시행할 것을 단호하게 명령했습니다.

 

 

✔️ 오히려 광해군은 대동법 폐지를 고민했다

애초에 광대 하선이 광해군의 대역을 맡은 것조차 작가의 상상력에서 기인한 허구이니, 이 장면은 사실이 아닙니다.

백성들의 평안을 위해 대동법을 시행하라고 명령한 것은 사실입니다만, 정확히는 임시로 시행했습니다. 게다가 그 임시로 시행한 것조차 광해군의 의지가 아니었습니다. 광해군은 대동법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았습니다. 당시 경복궁을 증축하던 중이어서 세금이 정말 많이 필요했거든요. 이원익과 김육이라는 신하들을 중심으로 대동법을 시행하라는 요구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임시로 시행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동법을 다시 폐지했습니다. 대동법이 전국적으로 시행된 것은 무려 100년이나 지난 뒤의 일이었습니다.

 

 

✔️ 역사적 사실과 관련된 작가의 교묘한 연출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작가가 참 똑똑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광해군은 즉위 초기엔 성격이 좋았습니다. 어진 정치를 펼치려고 나름대로 노력한 왕이었습니다. 임시긴 해도 대동법을 시행하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궁궐 증축 공사로 인해 여유가 없어져서 도로 폐지하긴 했지만요. 뿐만 아니라 나라와 백성을 먼저 생각하는 '실리 외교'를 펼쳤습니다. 명나라에 사대주의로 섬기던 역대 왕들과 달리, 무섭게 성장하는 금나라의 비위도 적절히 맞췄습니다. '중립 외교'라고도 부릅니다.

하지만 광해군 말년에는 성격이 대차게 꼬여버립니다. 광해군 말년에는 '폐모살제'가 일어납니다. 어머니를 폐위하고, 동생을 죽였다는 의미입니다. 실제 친어머니는 아니지만 대비 자리에 있던 인목대비를 끌어내렸습니다. 자신의 동생 영창대군이 자신의 자리를 위협한다고 의심하여 죽여 버렸습니다. 초반에 백성과 나라를 가장 최우선으로 생각했던 광해군과는 전혀 딴판이지요. 결국 광해군은 폐모살제를 명분으로 인조반정이 일어나 왕위에서 쫓겨납니다.

 

작가는 유쾌하고 정 많은 광대 하선을 광해군 대역으로 세우면서 초반 광해군의 어질고 선한 측면을 연출했던 것 같습니다. 하선이 대역을 하던 시기의 광해군은 주변 사람들의 사랑을 받던 시기였죠. 대동법을 시행하고 금나라에 서신을 보낸 것도 초기 광해군의 업적이었습니다.

하선이 도망치듯이 사라지고, 진짜 광해군이 다시 왕으로 복귀하면서 영화의 분위기는 삽시간에 달라집니다. 왕을 의심했던 신하들에게 피의 숙청이 시작되었습니다. 중전도 결국 폐위되었을 것입니다. 허균도 역성혁명으로 참수당했습니다. 말년의 광해군이 보여준 포악함을 연출한 것이 아니었을까요?

 

 


  영화의 가장 아쉬운 점: 광해군을 미화했다

 

광해군은 그렇게 칭찬받을만한 왕은 아닙니다. 후대에 와서는 평가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좋은 평가를 받을만한 왕이 아닌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중립 외교'와 '대동법 시행' 같은 역사적 업적 때문에 상당히 많이 미화가 되고 있습니다. 대동법은 임시로 시행됐고, 그 조차 9개월 만에 폐지했다는 사실은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중립 외교를 지킨다고 명나라에 2만 군사를 보내고, 금나라에 서신을 보냈지만 긍정적인 결과를 낳지 못했습니다. 2만 명의 군대는 모조리 패배하고, 단 9천 명의 군사가 살아남아 금나라의 포로가 되었습니다. 이 군사들은 훗날 인조 재위 시기에 발발한 병자호란 때 금나라의 최전방 부대가 되었습니다. 속된 말로 고기방패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내세울만한 업적이 사실상 없는 광해군이 그렇게 좋은 이미지를 가질 수 있었던 까닭은 영화에 나온 광대 하선이 너무 착한 이미지였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이병헌 배우님이 연기를 정말 잘했다는 뜻이겠지요? 이상으로 오늘은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 나오는 이야기가 실화인지를 살펴봤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