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흥미로운 지식들/역사와 인문학

디즈니 허락 없이 파라과이 버거킹이 '미키'를 사용할 수 있는 이유

by 히동동이 2023. 1. 7.
반응형

  파라과이 버거킹은 어떻게 억 소리 나는 디즈니 저작권을 피했을까?

 

히도이입니다. 오늘은 파라과이의 버거킹이 어떻게 디즈니의 저작권을 피해서 '미키' 캐릭터를 사용할 수 있었는지, 미키마우스 캐릭터 저작권을 파라과이에게 빼앗긴 디즈니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포스팅하려고 가져왔습니다. 

 

버거킹은 어떻게 디즈니 저작권을 피해서 미키를 사용했을까?

 

 

 


  명성이 자자한 디즈니의 저작권

 

디즈니가 저작권에 대해 얼마나 칼 같은지 모르는 분이 별로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디즈니는 저작권에 대해 엄격합니다. 오죽하면 이런 농담들이 유명합니다. 여러분이 사고로 무인도에 표류하게 되면 해변가에 SOS를 그리는 것보다 미키마우스를 그리는 게 구조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디즈니 법무팀에서 헬기를 타고 저작권 침해 소장을 가지고 무인도로 찾아올 거라나? 농담인데 진짜로 그럴 것 같아서 간담이 서늘해집니다.

 

 

✔ 저작권 유효기한이 70년인 이유도 디즈니 때문이다.

 

2023.01.03 - [흥미로운 지식들/잡지식 인문학] - 셜록 홈즈 저작권 소멸됐다. 홈즈 캐릭터 상업적 사용이 가능한가?

 

셜록 홈즈 저작권 소멸됐다. 홈즈 캐릭터 상업적 사용이 가능한가?

셜록 홈즈 저작권 완전 소멸. 홈즈로 창작을 해도 문제가 없을까? 저작권 의문 깔끔 정리 히도이입니다. 오늘 포스팅은 셜록 홈즈 저작권 문제에 대해 다루고자 합니다. 셜록 홈즈 시리즈가 마침

heedoee.tistory.com

 

저의 기존 글인데 저작권법에 대해 가볍고 쉽게 적혀 있습니다. 이 포스팅도 재미있으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현재 국제법상 저작권은 70년동안 유효합니다. 원래는 50년동안 유효했는데, 어떤 기업의 압박과 로비로 인해 70년으로 연장이 되었습니다. 네, 문맥상 여러분이 예상하는 그 기업 맞습니다. 바로 월트 디즈니 사입니다. 그만큼 디즈니는 저작권에 진심입니다.

 

 

✔ 구찌 & 디즈니 콜라보레이션

 

구찌와 디즈니의 콜라보레이션. 미키마우스가 그려진 신발, 티셔츠, 지갑, 가방.
구찌와 디즈니 콜라보레이션 제품

 

디즈니의 캐릭터 사용료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요구합니다. 구찌가 디즈니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면서 디즈니에 낸 사용료만 수천 억 원이 넘습니다. 게다가 계약 내용도 까다롭습니다. 캐릭터를 사용 가능한 제품 라인업도 꼼꼼하게 검토했습니다. 콜라보레이션 기간이 끝나면 캐릭터가 그려진 제품은 판매할 수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디즈니는 저작권에 진심이었습니다.

그렇게 저작권 하나만큼은 꼼꼼했던 디즈니가 어떻게 버거킹에게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을까요? 

 

 


  저작권 허락도 없이 출시한 크리스마스 기념 미키 & 버거킹 콜라보레이션

 

파라과이 버거킹의 포스터. 버거킹과 미키가 악수하고 있다.
파라과이 버거킹 포스터

 

지난해 크리스마스, 파라과이 전역에 버거킹 홍보 포스터가 붙었습니다. 버거킹을 상징하는 왕과 미키가 악수를 하고 있는 포스터입니다. 누가 봐도 콜라보레이션을 암시하는 포스터입니다. 사람들은 버거킹이 디즈니와 콜라보레이션을 하다니, 엄청난 비용을 투자했겠구나, 놀라워했습니다. 하지만 디즈니는 처음 듣는다는 소식입니다. 글로벌 기업인 버거킹이 저작권을 침해한 사실을 모르고 무턱대고 이런 행사를 진행할리가 없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 디즈니의 작은 실수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작권 침해가 아닙니다. 디즈니가 손을 쓸 수 없었습니다. 명백히 합법적으로 버거킹은 미키 캐릭터를 활용해서 이벤트를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일이 가능했던 이유는 디즈니의 작은 실수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파라과이의 고유 브랜드 '미키'
파라과이 로컬 브랜드 '미키'

위의 이미지는 놀랍게도 디즈니의 미키마우스가 아닙니다. 파라과이의 지역 브랜드인 '미키 Mickey'입니다. 이게 무슨 황당한 소리인가 싶습니다.

 파라과이의 로컬 브랜드 미키는 1935년에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월트 디즈니사의 미키마우스는 그보다 7년 더 앞선 1928년입니다. 하지만 파라과이의 미키는 디즈니는 미키마우스의 저작권을 등록할 때 허점을 발견했습니다. 디즈니는 저작권에 등록할 때, '미키마우스의 정면 얼굴'만 신청했던 것이었습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파라과이의 미키는 냅다 '미키마우스의 측면 얼굴'에 대한 저작권을 신청한 것입니다.

당연히 디즈니는 파라과이의 미키에 소송을 걸었습니다. 무려 1993년이 되어서야 판결 결과가 나왔습니다. 6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법적 공방이 이어진 것입니다. 파라과이 대법원은 결국 파라과이 미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자국 기업의 편을 들어준 게 아니냐는 국제적인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어쨌거나 대법원은 '미키마우스의 정면 얼굴'과 '미키마우스의 측면 얼굴'은 법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면서, 로고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습니다.

 

 

✔ 파라과이 버거킹의 콜라보레이션 제안

 

이 소식을 들은 버거킹 파라과이 지사는 바로 '미키'에 연락을 해서 콜라보레이션을 제안했습니다. 그런 '꼼수' 덕분에 디즈니에 거액의 사용료를 내지 않고도 미키의 옆얼굴을 햄버거에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로컬 브랜드 미키와 저렴한 금액에 콜라보레이션을 성사시킨 것입니다.

 

파라과이 버거킹의 햄버거 번에 미키의 측면 얼굴이 새겨져 있다.
파라과이 버거킹 햄버거 번

당연하게도 미키의 옆모습만 사용이 가능했습니다. 파라과이 미키는 옆모습에만 저작권을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진짜 굉장한 것 같습니다. 무인도까지 찾아온다는 유머가 있을 만큼 명성이 자자한 디즈니 법무팀을 상대로 어떻게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요? 여러 가지 비판을 떠나서 실천에 옮길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황당하기만 합니다. 배짱에 박수를 보냅니다.

 

 

✔ 파라과이 로컬 브랜드 '미키'의 한계

 

아쉽게도 파라과이 브랜드 미키에도 3가지 한계가 있습니다. 

 

  1. 단어 '미키'만 사용할 수 있다. '미키 마우스' 사용 불가.
  2. '미키'의 옆모습만 사용할 수 있다.
  3. 파라과이 '미키'는 음식 분야에서만 이미지 저작권이 있다.

 

미키 뒤에 마우스를 붙이는 순간 디즈니 법무팀의 철퇴를 맞게 됩니다. 미키의 앞모습을 사용하는 순간 역시 철퇴가 날아옵니다. 미키 옆모습 이미지의 저작권이 오직 음식에만 한정되어 있습니다. 놀이공원이나 TV 프로그램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디즈니가 발 빠르게 나머지 분야에서 미키 옆모습 저작권을 확보해놓은 것 같습니다. 문득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기네요. 그러면 반대로 디즈니는 음식 분야에서는 '미키 옆모습'을 사용할 수 없는 걸까요?

 

그렇지만 이것 하나만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평생 버거킹은 디즈니와 절대 콜라보레이션을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미운 털이 단단히 박혔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오늘, 파라과이 버거킹이 어떻게 디즈니의 허락 없이 공짜로 미키마우스와 콜라보레이션을 할 수 있었는지 알아봤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