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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심리학/태도와 마음가짐

'알빠임' '중꺾마' 우리를 감동시킨 2022년 유행어와 가치관

by 히동동이 2022.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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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도이입니다. 이번 주제는 '알빠임' '중꺾마'같은 신조어, '밈'에 담긴 가치관을 포스팅합니다.

 

2022년을 돌이켜보면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해마다 새롭게 생겨나는 인터넷 트렌드 유행어, 신조어에서도 꽤 유의미한 일들이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신조어라고 하면 단순히 줄임말이나 언어유희(야민정음이라고도 불리죠)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대장님'의 '대'가 '머'와 닮았다고 해서 '머장님'으로 유희하거나, 마왕 신해철 선생님의 노래 중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짓눌려"라는 가사를 줄임말로 만든 '스불재' 같은 것들이 대표적인 유행어였습니다.

 

이번 2022년의 가장 유의미한 유행어는 단언컨대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알빠임?"과 '중꺾마'입니다. 유행어로서의 조건을 충족하는 것도 있지만, 저는 이 유행어들은 우리들에게 지녀야할 태도를 가르쳐준다는 점에서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오늘 그래서 나중에도 잊지 않기 위해 제 블로그에 기록도 할 겸, 유행어의 뜻과 지니면 좋을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포스팅하겠습니다.

 

 


✔ '알빠임?'  뜻과 유래

 

알빠노 원조

 

처음에는 한 스트리머의 방송에서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한 유저가 "알빠노"라고 채팅을 친 것이 밈이 되어 유행했습니다. '노'로 끝나는 것은 경상도 사투리라곤 하지만, 실제 경상도 사투리는 "~했나?", "~아이가?" 등으로 끝나지, '노'를 자주 사용하진 않습니다. 요즘은 거의 '일간베스트 저장소'라는 극우 사이트에서 고인이신 노무현 대통령님의 성을 따와서 말장난을 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알빠노"의 경우는 '내 알 바 아니다'라는 뜻을 정직하게 담고 있습니다. 정말 관심이 없다는 뜻입니다. 약간 이기적인 뉘앙스가 내포되어 있는 문장입니다. 이미지만 보면 같은 팀인데 저렇게 말하는 게 상당히 섭섭하고 기분이 나쁘죠.

 

메이플스토리 알빠노

(TMI) '알빠노'가 유행하면서 뜬금없이 같이 덩달아 유행하는 돌고래의 짤입니다. 온갖 커뮤니티에서 이 짤이 같이 돌고 있습니다. 이 돌고래는 게임 '메이플 스토리'에 나오는 NPC인데요. 이 NPC는 이런 기분 나쁜 대사를 하지 않습니다. 왜 하필이면 이 돌고래 캐릭터와 "알빠노"가 연결이 됐는지 나름대로 추측을 해봤는데 아마도 말장난, 언어유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알비노 핑크 돌고래
'알비노 돌고래'

돌고래가 유전적으로 알비노 증상을 가지게 되면 피부색이 분홍색으로 바뀌게 됩니다. 아마도 '알비노'의 발음과 '알빠노'의 발음이 상당히 유사하기 때문에 분홍색 돌고래 NPC와 묶어서 '밈'이 생성이 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아마 이게 맞을 거예요. 비슷한 사례로 동물 '알파카'와 연결 지어서 또 다른 패러디를 만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알빠노'는 일베 같다고 해서 사용하기를 꺼려하는 분도 많고, 그 의미 역시 부정적인 상황에서 파생되었으니 사용하지 않길 권합니다.

 

 


✔ 카타르 월드컵 조별 예선, 포르투갈 전을 남기고 나온 명대사

이번 카타르 월드컵은 우리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축제였습니다. 오랜만에 16강에 진출한 것도 그렇지만, 조별 예선에서 경우의 수가 치밀하게 맞아 떨어지면서 힘겹게 16강을 진출했기 때문인데요. 우루과이와 비기고, 가나에게 패배한 덕분에 우리는 반드시 포르투갈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해야만 했습니다.

 

알빠임 원조 트위터

축구를 잘 모르던 한 트위터 유저가 "포르투갈 이기면 되는 거 아님?" 하며 약간 축구 애호가들에겐 눈치 없어 보이는 말을 했고, 누군가가 포르트갈이 우승후보라고 알려줬음에도 불구하고, "알빠임?"이라는 명대사를 남겼습니다. 네티즌들은 "우리 대표팀들이 그런 마인드여야 할 텐데" 하며 놀라워했습니다.

 

정말 명대사가 아닐 수가 없습니다. 초기 유행어였던 '알빠노'와는 성격도 많이 다릅니다. 당신이 얼마나 강한 사람이던지 나는 신경 쓰지 않는다. 나는 내 갈 길을 갈 뿐이다. 그런 단호한 이미지가 느껴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알빠임?' 같은 태도를 지녀야 한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정작 '알빠임?' 대사의 주인공인 트위터 유저는 당황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알빠임?'은 자기가 평소에도 쓰던 입버릇에 불과할 뿐이라며, 왜 이렇게까지 유행어가 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한 편으로는 내 말 한마디로 여러분들이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면 기꺼이 소비하시라며 약간 이 상황을 즐기기도 했습니다.

 

 

얼핏 들으면 좀, 듣는 사람을 열받게 하는 부분도 있기는 해요. '알빠임?'은 아무때나 쓸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자신이 반드시 책임을 져야만 하는 상황에서 "알빠임?"이라고 말하면 한 대 맞기 십상입니다. 자기가 잘못해놓고 사과는커녕 "알빠임?"이라고 말하는 무책임한 사람은 되지 말아야겠죠.

내 앞을 막아선 것이 얼마나 강하고, 어렵고, 무거운 일일지라도 개의치 않고 나아가겠다는 태도로서 "알빠임?"은 정말 멋진 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른 명언이나 좌우명에 비하면 비록 짧고 수준이 낮아 보이지만, 주어진 일에 임하는 태도로서는 아주 훌륭한 좌우명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의 '신의 한 수'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데프트
출처: 리그 오브 레전드 인벤

"오늘 진 건 그렇고... 저희끼리만 안 무너지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요." -데프트-

 

2022년의 또 다른 굵직한 축제로는 '2022년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 있었습니다. DRX 팀의 멤버 'Daft (데프트)'가 패배한 직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취재하던 문대찬 기자는 자신의 기사 제목으로 기깔난 명문장을 뽑아냈습니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영어로는 <it's not over till the end.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정도가 되지 않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데프트가 직접 사용한 문장으로 잘못 알고 계십니다. 정확히는 데프트의 말을 들은 기자가 가공하고 정제해서 만든 문장입니다.

실제로 DRX팀은 '페이커'가 소속된 SK1 팀을 끝내 무너트리고 역전에 역전을 거듭해 마침내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드라마도 이렇게 만들면 욕먹기 십상입니다. 그런 것을 해냈습니다. 우승하고 나서 한 유저가 이 기사의 제목을 뒤늦게 찾아냈고, 2022년을 풍미하는 멋진 유행어가 되었습니다.

https://www.kukinews.com/newsView/kuk202210090010

 

롤드컵 첫 패, ‘데프트’는 꺾이지 않는 마음을 주문했다 [인터뷰]

DRX 데프트

www.kukinews.com

 

 

 


✔ 자신에게 믿음을 갖고 쉽게 포기하지 않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요즘에는 자신을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정말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우리가 살면서 가지는 불행의 대부분이 자신을 우선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생겨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에 감정을 소모하고,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에 힘을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를 우선으로 생각하고 존중한다는 것. 분명 바람직한 일이지만, 가끔은 이걸 '이기주의'와 혼동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자기애'와 '이기주의'는 분명히 다릅니다. '자기애'는 자신을 우선으로 생각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믿는 일입니다. '이기주의'는 자신을 우선으로 생각하면서 자신에게 피해가 오지 않길 바라는 일입니다. 비슷해보여도 마음가짐과 애티튜드가 다른 가치관입니다.

이기주의는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자신이 상처받고 손해 보기 싫기 때문에 흔히 '도피'하게 됩니다. 상처받기 싫어서 무책임하게 인간관계에서 도망가고, 업무 부담이 부당하다고 생각해서 손쉽게 일을 그만둬 버립니다. 자신이 잘못한 일에도 비겁하게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들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물론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과 가치관이 맞지 않아 손절한 것일 수도 있고, 회사의 비전이 도저히 마음에 들지 않아 퇴사를 선택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생각보다 자신의 마음조차 잘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쉽게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자기와 맞지 않는다고 해서, 어렵고 부담스럽다고 해서 금방 포기하고 도망쳐 버리면 언젠가 진짜 책임을 져야 할 날이 오면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내가 앞두고 있는 일이나 상대가 무섭거나 어렵다고 해도 "알빠임?" 기꺼이 부딪쳐보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을 되새기며 기어이 불가능해 보였던 우승을 쟁취했던 데프트처럼, 어떻게 해야 현명하게 나아갈 수 있을지 고민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22년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2023년을 맞이할 우리 모두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하시는 일, 목표하는 일 모두 쉽게 꺾이는 일 없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시길 바라고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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